
숫자보다 색을 먼저 넣었습니다
발표 타이머를 만들며 숫자보다 색을 먼저 넣기로 한 판단과, 그 판단을 리허설에서 확인한 과정을 기록합니다.
타이머 기능을 처음 그렸을 때는 숫자만 컸습니다. 남은 시간을 크게, 정확하게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발표자가 서 있는 자리에 놓고 다시 생각하니 답이 달라졌습니다. 발표에 몰입하면 시계를 확인할 타이밍 자체를 놓칩니다. 숫자를 읽으려고 시선을 멈출 여유가 없다면, 정확한 숫자보다 지금이 어느 구간인지가 먼저 필요합니다.

숫자를 읽는 것과 색을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숫자를 읽으려면 멈춰서 봐야 합니다. 발표 중에 그 잠깐의 멈춤도 흐름을 끊습니다. 반면 색은 시야 구석에 있어도 그냥 들어옵니다. 봐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인지됩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습니다. 숫자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먼저 반응하는 건 색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여유가 있을 땐 초록, 슬슬 정리할 때가 되면 노랑, 마무리해야 하면 빨강으로 화면 색이 바뀝니다.

어디에 놓을지도 다시 정했습니다
색이 바뀌어도 안 보이는 자리에 있으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타이머를 발표 화면 구석이 아니라, 화면 위에 겹쳐 뜨는 자리에 놓았습니다. 발표자가 슬라이드를 보는 시선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위치입니다.

기기마다 켜고 끄게 뒀습니다
타이머는 발표자에게는 필요하지만, 객석 스크린에는 필요 없는 정보입니다. 그래서 전체를 한 번에 켜고 끄는 것과 별개로, 기기마다 따로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발표자 화면에는 색이 바뀌어도, 다른 기기는 조용히 두는 식입니다.

빨간색 하나로 끝내려던 안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색을 하나만 쓰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만 화면 테두리를 빨갛게 물들이는 방식입니다. 구현도 간단하고 눈에도 확실히 띄었습니다.
그런데 색이 하나뿐이면 신호가 마지막 순간에 한 번에 몰립니다. 그때까지는 아무 표시가 없다가 갑자기 빨강이 뜨는 셈이라, 마무리를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단계를 나눴습니다 — 여유가 있을 땐 초록, 정리할 때가 되면 노랑, 마무리해야 하면 빨강입니다. 3분 남으면 노랑, 1분 남으면 빨강으로 바뀌는 지금 기준은 그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 분에 색이 바뀌어야 하는지도 고정하지 않았습니다
색이 바뀌는 시점을 처음엔 프로그램 안에 숫자로 박아 두려 했습니다. 발표마다 길이가 다르다는 걸 뒤늦게 떠올렸습니다. 5분짜리 발표와 30분짜리 발표에 같은 기준을 쓰면 한쪽은 너무 이르고 한쪽은 너무 늦습니다.
그래서 경고 기준을 발표 시간에 맞춰 관리자가 직접 정하도록 열어 뒀습니다. 발표 길이의 일정 비율 지점에서 색이 바뀌도록 잡으면 대체로 잘 맞는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타이머만 크게 봐야 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노트나 슬라이드는 필요 없고 남은 시간만 알면 되는 기기입니다. 그래서 숫자만 크게 띄우는 전용 화면을 따로 뒀습니다. 같은 타이머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필요한 화면이 다르다고 봤습니다.
지금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해 보이는 결론일수록 처음엔 안 보입니다. 색 하나로 끝내려던 안이 왜 부족한지도, 만드는 쪽 화면이 아니라 발표자가 서 있는 자리에 놓고 따져 본 뒤에야 보였습니다. 화면 뒤에서 만드는 사람과 화면 앞에 서는 사람이 보는 게 다르다는 걸, 이 기능을 만들며 다시 배웠습니다. 그래서 새 기능은 리허설에서 한 번 띄워 확인하는 순서를 두기로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 설계대로 숫자만 컸다면 아마 발표자들은 여전히 손목시계를 힐끔거렸을 겁니다. 발표 현장을 기준으로 다시 따져 본 것이 방향을 바꿨습니다. 정확한 정보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들어오는 정보가 먼저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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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MS ver26 —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 (윈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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