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만들지 않고, 있던 것을 쓰기로 했습니다
발표자 노트를 새 형식으로 다시 만들게 하는 대신, PPT 안에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쓰기로 판단한 과정을 기록합니다.
발표자 노트 기능을 구상할 때 처음 떠올린 방향은 전용 메모장을 만드는 쪽이었습니다. 태블릿에서 새로 입력하고 저장하는 화면을 따로 만드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발표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상했습니다. 발표를 준비할 때 이미 파워포인트 노트란에 정리해 두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걸 두고 새 화면에 다시 옮겨 적으라고 하는 건, 없던 일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셈이었습니다.

새로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새 형식을 만들면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고, 입력하는 수고가 필요하고, 발표 전에 그 화면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하나 늘어납니다. 그 부담을 없애는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 새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노트란에 이미 있는 글을 그대로 읽어 태블릿에 띄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발표자가 하던 대로 준비하면, 나머지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옮깁니다.

이 판단이 맞았는지는 리허설에서 확인했습니다
준비물은 발표자 노트가 적힌 PPT 하나뿐입니다. 발표자에게 "노트를 따로 정리해 오셔야 해요"라고 안내할 일이 없고, 평소 쓰던 파일을 그대로 열면 슬라이드마다 적어 둔 노트가 태블릿에 그대로 뜹니다. 앱을 깔 필요도, 인터넷을 연결할 필요도 없어서 리허설 한 번이면 손에 익습니다.
준비 과정에 새 단계를 끼워 넣지 않았다는 것 — 그게 이 기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지점입니다. 있는 것을 잘 옮기는 일이,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일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대신 다른 곳에서 다시 고민이 생겼습니다
노트를 그대로 옮겨오기로 하니, 이번엔 다른 문제가 보였습니다. 글자 크기 하나만 해도 편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달랐고, 진행석에서도 발표자가 지금 어디를 보는지 알아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건 노트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같은 주소로 접속해도 기기마다 다른 화면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든 건, 이 고민에서 나온 다음 판단이었습니다.

텍스트 입력창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태블릿 화면에 노트를 직접 타이핑해 넣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발표자는 같은 내용을 두 번 적게 됩니다. PPT 노트란에 이미 적어 둔 글이 있는데, 발표 전에 또 한 번 다른 화면으로 옮겨야 하는 셈입니다.
가진 자료를 그대로 쓰는 쪽이 발표자에게 붙는 일을 하나도 늘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새로 정리할 필요도, 형식을 맞출 필요도 없이 PPT에 적힌 그대로 보이면 됩니다. 그래서 입력 화면 대신, 노트란을 읽어 오는 쪽으로 정리했습니다.
기능을 하나 덜어내는 결정이었지만, 발표자가 이미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더 정확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인 절차를 하나 남겨 뒀습니다
노트를 자동으로 읽어 온다고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습니다. 슬라이드에 노트가 비어 있으면 화면에 '없음'이라고 표시해, 발표자가 준비 단계에서 빠뜨린 슬라이드를 미리 알아챌 수 있게 했습니다. 자동화가 실수까지 대신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걸 그때 정리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새로 만들자는 유혹은 늘 있습니다. 기능이 커 보이고,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표자가 실제로 덜어야 할 짐은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한 단계 적은 준비였습니다.
이 기획을 거치면서 정한 기준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 기능을 붙이기 전에, 이미 가진 것으로 되는지부터 먼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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