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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MS2026. 09. 19

리허설을 매뉴얼의 첫 장에 넣기로 했습니다

설치도 인터넷도 필요 없게 만들어 놓고, 왜 리허설을 안내의 맨 앞에 두기로 했는지 기록합니다.

처음에는 이 문장을 쓰고 싶었습니다. "리허설 없이도 바로 됩니다." 앱을 안 깔아도 되게 만들었고, 바깥 회선을 쓰지 않고 공유기 한 대 안에서만 돌게 만들었으니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반대로 정했습니다. 안내의 맨 앞에 리허설을 두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우리가 만듭니다. 접속 방식도, 화면 지정 방식도 우리가 정합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놓이는 자리, 그러니까 그날 그 건물의 네트워크는 우리가 만들 수 없습니다. 공유기 설정도 벽도 사람도 매번 다릅니다.

여기서 판단이 갈렸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없는 척' 하고 간편함만 앞세울 것인지, 아니면 변수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미리 확인하는 방법을 같이 줄 것인지. 후자를 택했습니다. 사고가 나는 자리는 대부분 프로그램 안이 아니라 프로그램 바깥이었기 때문입니다.

항목을 여섯 개로 줄였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면서 처음에는 길게 써 봤습니다. 챙길 만한 것을 다 적으니 줄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 목록을 그대로 내보내면 아무도 안 볼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에서 종이를 들고 긴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안 되면 본 행사가 멈춘다'는 기준 하나로 걸러 여섯 개만 남겼습니다. 접속, 화면 지정 반영, 라이브, 슬라이드 이동, 타이머 자동 시작, 관리자 배치. 나머지는 안 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우회할 수 있는 것들이라 뺐습니다.

첫 줄에 '접속'을 적어 둔 이유

여섯 개의 순서도 그냥 적은 게 아닙니다. 맨 위에 접속을 둔 건 뒤의 다섯 개가 전부 접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이 열리지 않으면 화면 지정도 라이브도 시험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첫 줄이 막히면 나머지 다섯 줄은 손도 못 대 보고 시간만 갑니다.

그리고 이 줄 옆에는 'AP 격리 해제 확인'이라는 말을 굳이 붙여 뒀습니다. 안내문에 낯선 용어를 넣는 건 되도록 피하려고 했는데, 이건 예외로 남겼습니다. 원인을 모르면 프로그램이 고장 났다고 판단하게 되는 자리라서, 이름을 정확히 적어 두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이름만 알면 공유기 설명서에서든 검색으로든 찾아갈 수 있지만, 이름을 모르면 갈 데가 없습니다.

관리자 배치를 미리 잡아 두기

라이브를 목록에 넣은 건 성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라이브는 첫 송출에 5~15초가 걸립니다. 압축 방식을 찾는 과정이 한 번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을 더 줄이는 쪽으로 손을 볼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확실한 해결이 있었습니다. 그 한 번을 리허설에서 치르게 하는 것입니다.

기술로 없앨 수 있는 대기와,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사라지는 대기는 다릅니다. 이건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성능 항목이 아니라 리허설 항목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슬라이드 이미지 변환은 미리

슬라이드를 그림 파일로 바꿔 두는 일도 같은 이유로 리허설 항목에 넣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본 행사 직전이 아니라 전날에 하는 게 맞습니다.

화면 대신 종이라고 적은 이유

체크리스트를 프로그램 안에 넣어 클릭으로 지우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인쇄해서 쓰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리허설 중에는 관리자 화면을 계속 써야 합니다. 그 위에 체크리스트 창을 하나 더 띄우면 정작 확인해야 할 화면을 가립니다. 종이는 화면을 가리지 않고, 손으로 그어 둔 줄은 창을 닫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안에 넣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리허설 중인 강당의 발표 노트북

남은 과제

여섯 개를 확인하는 일 자체를 더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답을 못 냈습니다. 접속 여부 정도는 프로그램이 스스로 훑어 알려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사람이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 한 바퀴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어서, 아직은 사람 손에 남겨 두고 있습니다.

여섯을 다섯으로 줄이는 안도 생각해 봤습니다. 뺄 후보는 관리자 배치였습니다. 이건 안 해 둬도 본 행사가 멈추지는 않으니, 제가 세운 기준대로라면 빠지는 게 맞습니다. 그래도 남겨 뒀습니다. 당일에 창부터 벌리기 시작하면 그 시간이 나머지 다섯을 확인하는 시간보다 길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기준을 지키는 것보다 목록이 실제로 쓸모 있는 쪽이 먼저라고 봤습니다.

만들면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기능이 아니라 이 목록의 길이였습니다. 짧게 쓸수록 안 적힌 것이 늘어나고, 길게 쓸수록 안 읽힙니다. 여섯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안 읽히는 긴 목록보다는 읽히는 여섯 줄이 낫다는 판단은 지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 연단에 오르지 않고 태블릿 하나로

도입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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