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을 전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버를 두는 쉬운 길 대신 공유기 내부망만으로 동작하게 만들기로 한 결정과, 그 대가로 감수한 것들을 기록합니다.
만들기 시작할 때 갈림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깥에 서버를 하나 두고 모든 기기가 그리로 접속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행사장 공유기 안에서만 통신하게 할 것인지였습니다.
앞쪽이 훨씬 편한 길이었습니다. 서버를 두면 기기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고, 나중에 기능을 고칠 때도 서버만 손보면 됩니다. 그런데도 뒤쪽을 골랐습니다.
이유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행사장 인터넷은 믿을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회선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있어도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발표가 시작된 뒤에 화면이 멈추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발표 진행은 다시 하자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일 약한 고리부터 끊어 내기로 했습니다. 회선이 약한 고리라면, 회선을 아예 쓰지 않는 구조로 만들면 그 고리가 사라집니다.

택하지 않은 것
바깥 서버를 두는 방식은 접었습니다. 편의를 포기한 대신, 현장에서 회선 상태에 결과가 좌우되는 일도 같이 포기했습니다.
계정으로 로그인하게 만드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로그인 자체가 인터넷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라, 인터넷 없이 돌아가겠다는 결정과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택한 것
통신이 오가는 범위를 공유기 한 대 안으로 묶었습니다. 노트북에서 프로그램을 켜면 그 노트북이 중심이 되고, 태블릿은 브라우저로 들어옵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선이 하나도 없는 공유기 아래에서도 노트와 타이머, 라이브 화면이 제자리에 뜹니다.

구성이 이만큼까지 줄어든 건 처음부터 노린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바깥에 기대는 것을 하나씩 빼다 보니 남은 것이 이 셋뿐이었습니다.

만들다 걸린 것 하나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나왔습니다. 화면끼리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 쓰는 통신 라이브러리를 바깥에서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는 내부망에서 도는데, 화면이 열리는 순간 그 파일 하나를 받으려고 인터넷을 찾는 겁니다.
인터넷이 있는 사무실에서는 잘 되고 없는 곳에서는 안 되는, 제일 골치 아픈 형태였습니다. 이걸 프로그램 안에 통째로 내장하기로 했습니다. 밖에서 받아올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쪽으로 정리하고 나서야 '인터넷 없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외로 남긴 한 가지

프로그램 인증은 예외로 뒀습니다. 이건 인터넷이 한 번 필요합니다. 다만 발표 진행 중이 아니라 준비 단계에서 끝나는 일이라, 현장의 위험으로 넘어오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위험한 것은 인터넷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진행 도중에 인터넷이 필요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대가로 감수한 것
같은 공유기 안에서만 통신한다는 건, 그 공간 밖에서는 화면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발표 화면을 보내는 용도로는 쓸 수 없습니다.
이건 못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기로 한 부분입니다. 현장 안에서 진행을 돕는 도구로 범위를 좁히는 대신, 그 범위 안에서는 인터넷 없이도 확실히 도는 쪽을 택했습니다.
좁힌 대가로 얻은 것은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선이 넉넉한 행사장에서 쓰든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는 지하 강당에서 쓰든, 화면이 뜨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조건이 바뀌어도 결과가 같을 것 — 이 구조에서 바랐던 건 사실 그것 하나였습니다.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것
결정을 내릴 때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것에 결과를 맡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사장 회선은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대상입니다. 반대로 공유기는 직접 들고 가서 켜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앱 설치도 정리됐습니다. 태블릿마다 무언가를 내려받게 하면 그 순간에도 바깥에 기대게 됩니다. 브라우저로 들어오는 방식을 택한 데는 편의만이 아니라 이 이유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기능을 하나 더 붙이는 것보다, 무엇에 기대지 않을지를 정하는 편이 결과를 더 많이 바꿨습니다. 회선에 기대지 않기로 한 결정 하나가 설치 방식과 접속 방식, 인증 방식까지 전부 끌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이 결정이 기능을 깎아 내는 일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봅니다. 무엇을 빼기로 정하고 나니 남은 것들이 서로 어긋나지 않았고, 그 덕분에 현장에서 설명할 말도 짧아졌습니다. 노트북 한 대와 공유기 한 대면 됩니다 — 그 한 문장으로 끝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도입 문의
WPMS ver26 —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 (윈도우용)
- 문의: 카카오톡 채널 「펀트컴퍼니」 · funt_compan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