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큐시트 편집기를 따로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회자용 큐시트 화면을 붙이면서, 전용 편집기를 만드는 대신 이미 쓰던 원고를 그대로 읽어오게 한 판단을 기록합니다.
사회자 화면을 붙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처음 떠올린 건 큐시트 편집기였습니다. 순서를 행 단위로 넣고, 시간을 배정하고, 드래그로 순서를 바꾸는 화면. 큐시트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화면을 두면 사회자 원고를 두 번 쓰게 만드는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원고는 이미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행사 원고는 대개 행사 전에 이미 완성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우리 프로그램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집기를 만들면 완성된 원고를 우리 화면에 다시 옮겨 넣는 작업이 생깁니다. 그리고 행사 전날 원고가 바뀌면, 그 옮기는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제일 자주 깨지는 게 그 지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곳에 같은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한쪽이 옛날 것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대개 무대에 올라간 뒤에야 드러납니다. 종이 큐시트가 흐름을 끊는 이유도 종이라서가 아니라, 최신본이 아니어서인 경우가 많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편집기를 만들지 않고, 발표 파일의 슬라이드 노트를 그대로 읽어와 큐시트로 띄우기로 했습니다. 원고를 적던 자리를 바꾸지 않는 쪽을 택한 겁니다.
대신 순서 변경을 진행석으로 옮겼습니다

편집기를 포기하면서 대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게 하나 생겼습니다. 순서 변경입니다. 시상식은 순서가 바뀌는 게 예외가 아니라 기본에 가깝습니다.
이건 사회자 쪽이 아니라 진행석 쪽에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자가 무대 위에서 화면을 조작하게 만들면 그 순간 시선이 태블릿으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진행석에서 슬라이드를 넘기면 사회자 화면이 따라 바뀌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사회자는 화면이 바뀐 걸 보고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되게 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시간을 사회자 혼자 짊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남은 시간을 어디에 보여줄지도 고민이었습니다. 사회자 화면에만 띄우면 운영석이 답답해지고, 운영석에만 띄우면 사회자가 계속 눈치를 봐야 합니다.
결국 같은 시간을 양쪽에 동시에 띄우기로 했습니다. 숫자가 하나면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일이 줄어든다고 봤습니다. 행사 시간을 지키는 일을 사회자 한 사람의 부담으로 남겨 두지 않으려는 판단이었습니다.
무대 뒤에도 같은 화면을 뒀습니다

사회자와 운영석만 챙기면 될 것 같지만, 같은 화면이 필요한 자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무대 뒤 대기 공간입니다.
같은 타이머를 대기 공간에도 띄우면, 다음 차례인 사람이 자기 순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직접 봅니다. 누군가 불러 주러 가는 일이 하나 줄어드는 겁니다. 화면을 새로 하나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는 화면을 한 대 더 보여 주는 것뿐입니다.
태블릿에는 아무것도 깔지 않게 했습니다
사회자 화면을 붙이면서 같이 정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태블릿 쪽에 설치할 것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사 당일 진행석에 앉아 기종별 설치 파일을 찾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사회자가 늘 쓰던 태블릿이든 그날 빌려 온 것이든, 브라우저를 열어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화면이 뜨도록 두기로 했습니다. 기기를 미리 맞춰 두지 않아도 되는 쪽이 현장에서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사장 인터넷에 기대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유기 한 대로 내부망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돌게 했습니다. 행사장 통신이 흔들린다고 사회자 앞의 화면까지 같이 꺼지는 일은 만들지 말자는 쪽이었습니다.
남은 과제
편집기를 만들지 않기로 한 판단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원고를 슬라이드 노트에 적어야 한다는 제약이 남습니다. 원고를 다른 형식으로 쓰던 분에게는 한 번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그 대신 얻은 건 원고가 한 곳에만 있다는 점입니다. 고칠 곳이 하나면 옛날 큐시트가 현장에 남아 있을 일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교환이 맞는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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