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발표 화면을 인터넷 없이 공유기 내부망으로만 주고받게 정한 이유와, 그 대가로 남은 과제를 기록합니다.
만들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했던 것은 화면을 어디로 보낼지였습니다. 바깥 서버를 거쳐 보내는 방식과, 공유기 안에서만 주고받는 방식 두 갈래가 있었습니다.
바깥을 거치는 쪽은 만들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대신 행사장 인터넷 사정에 프로그램의 목숨을 맡기게 됩니다. 발표가 시작된 뒤에 회선이 흔들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노트북 한 대와 공유기 한 대, 그리고 태블릿. 이 안에서만 오가게 만들었습니다.
이 결정으로 얻은 것
행사장 회선이 없어도 돌아갑니다. 회선이 있더라도 그것과 무관하게 돌아갑니다. 발표 자료와 노트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도 컸습니다. 미공개 자료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이 한 가지만으로 설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태블릿에 앱을 깔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같은 결정에서 따라온 결과입니다. 브라우저 주소창에 주소만 넣으면 되니, 아이패드든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든 노트북이든 최신 브라우저만 되면 그대로 씁니다. 기기를 새로 장만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셈입니다.
대신 짊어진 것
얻은 만큼 짊어진 것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성패가 공유기 설정에 걸린다는 점입니다.
바깥 서버를 쓰는 방식이었다면 기기들이 서로를 직접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내부망 방식에서는 노트북과 태블릿이 같은 공유기 안에서 서로를 찾아야 합니다. 그 길목을 막는 설정이 하나라도 켜져 있으면 전부 멈춥니다.
가장 자주 부딪힌 것이 'AP 격리'였습니다. 같은 공유기에 붙어 있어도 기기끼리 통신을 막는 기능인데, 손님용 와이파이에서는 켜 두는 게 맞는 설정입니다. 대관 시설의 공유기가 그렇게 잡혀 있는 건 잘못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쪽 방식과 목적이 정반대일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것부터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프로그램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프로그램이 가져가고, 프로그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안내로 남긴다는 것입니다.
윈도우 방화벽은 앞쪽에 해당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한 번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때 필요한 규칙이 자동으로 등록되게 만들었습니다. 사용자가 할 일은 창이 떴을 때 허용을 누르는 것 하나뿐이고, 그 뒤로는 다시 묻지 않습니다. 매번 설정을 뒤지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
공유기는 뒤쪽이었습니다. 남의 장비이고, 프로그램이 임의로 바꿔서도 안 되는 영역입니다. 우리가 원격으로 AP 격리를 꺼 줄 수 있다면 애초에 이 글을 쓸 일도 없었을 겁니다.
기술로 못 넘는 선이라면 사람이 넘도록 도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체크리스트입니다. AP 격리는 꺼 둘 것, 게스트망과 겸해 쓰지 말 것, 5GHz 쪽 이름으로 접속할 것, 채널은 자동에 맡기지 말 것. 네 줄로 끝나도록 줄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관처 쪽 설득이 어려울 때는 전용 공유기를 들고 가는 쪽을 권하기로 했습니다.

항목을 늘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 신경 쓴 것은 길이였습니다. 확인할 게 많아지면 아무도 확인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접속을 막았던 항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 냈습니다. 접속이 안 될 때 무엇부터 볼지 순서를 정해 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원인을 아는 사람에게는 몇 분이면 끝날 일이, 모르는 사람에게는 행사 직전의 사고가 됩니다.
남은 과제
화면이 안 뜨는 이유는 지금도 사람이 확인 순서를 위에서부터 짚어 가며 찾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해 둘 수 있는 몫은 그 순서를 짧게 정리해 함께 안내하는 데까지였습니다. 접속이 안 될 때 무엇부터 볼지가 정해져 있으면 대응이 빨라지지만, 순서를 안내하는 것과 프로그램이 대신 짚어 주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내부망만 쓰기로 한 결정 자체는 되돌릴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그 결정 때문에 사용자가 대신 짊어진 몫을 어디까지 덜어 줄 수 있는지는 계속 들여다볼 자리로 남았습니다. 무엇을 먼저 손볼지는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 행사에서 나온 요청으로 정합니다. 화려한 기능보다 늘 같게 동작하는 안정성을 앞에 둔다는 원칙도 그대로입니다. 회선 하나에 발표 전체를 걸지 않겠다는 처음 판단을 흔들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도입 문의
WPMS ver26 —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 (윈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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